달 생태계가 없다는 착각이 부른 책임 회피
달은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 무생물의 세계로 알려져 있으며, 이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윤리적 고려가 필요 없다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지극히 지구 중심적인 사고이며, 인간이 머무는 순간부터 그 공간은 생태계의 연장이 될 수밖에 없다. 비록 달에 생물이 없다고 해도, 인간이 가져가는 박테리아, 조류, 식물, 유전자 조작 생물은 달 표면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환경을 형성할 수 있으며, 이는 예상치 못한 생물학적 반응을 유도할 가능성을 지닌다. 특히 진공 상태의 달 기지에서 유출될 수 있는 생물 폐기물이나 미세입자는 달의 토양 구성, 광물질 산화, 방사선 환경 등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화학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다. 즉 생태계가 없다고 해서 생태 윤리에서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윤리란 존재하는 생물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활동을 어떻게 제한하고 반성하는가에 대한 지적 태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달의 무생물 환경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은 장기적으로 달 자체에 대한 존중을 약화시키고, 향후 외계 천체를 개발할 때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게 만들 수 있다. 윤리는 언제나 미래를 향한 최소한의 예방책이며, 달이라는 백지 위에 인간이 어떤 서사를 그릴 지를 묻는 첫 질문이어야 한다.
폐쇄형 생태계 실험의 윤리적 모순
달 도시는 지구처럼 외부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없는 폐쇄형 생태계로 구성될 것이다. 이러한 생태계는 인공적이며, 제한된 자원과 조건 하에서 운영되기 때문에 생물의 생존 조건은 철저히 인간의 편의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식량 작물은 유전자 조작을 통해 극한 환경에 적응되며, 미생물 군집은 폐기물 처리를 위해 재구성되고, 실험용 동물은 생명 유지 기술의 시험 대상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이런 과정에서 생명체의 자율성과 고유한 진화 가능성이 철저히 무시된다는 점이다. 달 도시의 인공 생태계는 생태계라기보다는 인간의 생존 실험실이며, 그 안에서 생명체는 단순한 기능적 도구로 취급된다. 이는 생태계의 복잡성과 생명 본연의 가치를 부정하는 태도이며, 인간이 중심이 되는 위계적 사고에서 비롯된 윤리적 맹점이다. 더불어 생물들이 폐쇄 생태계 내에서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적응하거나 돌연변이를 일으켰을 때, 이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부족하다. 그 생물들은 실험 실패로 간주되어 소각될 수도 있고, 유전자 교란의 위험이란 이유로 격리될 수도 있다. 결국 인간의 생존을 위한 시스템 안에서 다른 생명은 언제든지 제거 가능한 '실험 변수'로 전락할 수 있으며, 이러한 구조는 달에서의 생명 윤리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든다.
우주 환경에 대한 존중과 비인간 중심의 패러다임 필요
지구에서 환경 보호란 주로 인간에게 유익한 생태계를 보전하는 방식으로 작동해왔다. 그러나 달이라는 공간에서는 더 이상 그런 접근이 유효하지 않다. 달은 인간의 삶과 전혀 무관하게 존재해 온 천체이며, 그 자체로 고유한 역사와 환경적 정체성을 지닌다. 비록 생물이 없고 공기도 없지만, 수십억 년에 걸친 운석 충돌과 태양풍 침식은 그만의 지질적 생애를 구성하고 있으며, 이는 하나의 자연사로서 충분히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인간이 달에 도시를 건설하며 이 모든 흔적을 지워버린다면, 그것은 단순한 개발이 아니라 우주의 자연사에 대한 침해이며, 지구 중심주의적 패권의 우주 확장판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달의 자연환경에 대한 보호 조치, 개발 제한 구역 설정, 탐사 및 건설 이전의 환경 영향평가제 도입 등은 필수적이다. 나아가 인간 외의 존재와 무생물 환경에도 윤리를 확장하는 '비인간 중심적 생태 윤리'가 필요하며, 이는 인간의 생존이 아니라 우주 전체의 조화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달 도시는 인류의 기술력만을 과시하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 되며, 인간이 얼마나 겸손하게 우주에 자리 잡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가 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