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필요한가?
인간은 지구의 생태계에 맞게 진화해 왔습니다. 하지만 화성은 산소가 거의 없고, 기온은 평균 -63도로 인간 생존이 불가능한 환경입니다. 방사선도 지구보다 수십 배 강해 DNA 손상 가능성도 큽니다.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유전자 편집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산지대에 사는 티베트인의 유전자처럼 저산소 환경에서 효율적인 산소 활용이 가능하도록 유전자를 수정하거나, 곰이나 북극여우처럼 혹한에 적응한 유전자를 인간에게 삽입하는 방식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CRISPR 같은 유전자 가위 기술이 발전하면서 특정 유전자를 정확히 수정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과학적으로만 본다면, 화성에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도록 DNA를 조정하는 것은 가능성이 있는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기술적 가능성이 윤리적 정당성을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과학적 발전이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합니다.
윤리적 딜레마와 논쟁
인간의 유전자를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은 단순한 생존 전략 이상의 문제를 야기합니다. 첫째, 누구에게 그런 유전자 조작을 받을 권리를 줄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습니다. 일부 특권 계층만이 이러한 기술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인간 사이에 새로운 계급이 생겨날 수 있습니다. 둘째, 유전자 조작이 자녀에게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개인의 선택이 후손에게까지 영향을 주는 점에서 윤리적 논란이 큽니다.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인간의 정체성입니다. 유전자가 변형된 인간은 여전히 ‘인간’으로 불릴 수 있을까요? 인간은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진화해 왔지만, 이젠 환경에 맞춰 인공적으로 진화를 ‘설계’하려는 단계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는 과학이 신의 영역에 들어가는 것이라는 비판도 받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돌이킬 수 없는 부작용의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 번 조작된 유전자는 세대를 거쳐 퍼질 수 있으며, 그 영향이 수십 년 후에야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과연 인류는 그 불확실성을 감당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요?
미래 인류의 선택은?
결국 문제는 생존을 위한 선택인가, 인간 본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인가로 귀결됩니다. 과학기술은 분명히 화성이라는 척박한 환경에 대한 해답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해답이 인류 전체에게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래에는 유전자가 조작된 '화성인간'과 기존의 '지구인간'이 공존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두 집단 사이의 문화적, 생물학적 차이는 새로운 형태의 사회 문제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과학자뿐만 아니라 철학자, 윤리학자, 정책 결정자 모두가 참여하는 다학제적 논의가 필수적입니다. 유전자 편집은 선택의 문제이자, 인류의 진로를 좌우할 결정입니다. 화성 생존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기술뿐 아니라, 그에 따른 책임과 철학도 함께 준비해야 합니다. 인간 DNA를 바꾸는 것은 단순한 진보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고자 하는가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