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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헌법 누가 만들까

by hexadragon500 2025. 5. 13.

화성 헌법

 

지구 국가의 연장인가, 독립 체계인가

화성에 인류가 정착하게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힐 정치적 질문 중 하나는 바로 법과 주권의 문제다. 지구의 어느 나라에서도 화성에 대해 정식으로 주권을 주장할 법적 권리는 없다. 1967년 체결된 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은 어떠한 국가도 우주나 천체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화성 탐사 및 거주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미국, 중국, 러시아 등은 자신들의 법적 프레임과 영향력을 무형적으로라도 이식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만약 미국 NASA 주도의 기지가 먼저 정착한다면 미국식 법체계를 기준으로 초기 헌법 초안이 설계될 수 있다. 반대로 UN이나 국제 우주기구가 다자간 협정을 통해 중립적 헌법을 구상할 수도 있다. 이처럼 화성의 헌법은 단순히 법 문서를 넘어, 국제 정치의 힘겨루기와 윤리적 논쟁이 복잡하게 얽힌 결과물이 될 것이다.

기술 엘리트가 만든 법은 민주적인가

화성 초기 사회는 당연히 제한된 인력과 자원, 그리고 기술 중심의 운영체계를 갖게 된다. 따라서 헌법 제정 초기 과정에서 실질적 권력을 쥐게 되는 건 대개 과학자, 공학자, 군사 출신 혹은 대형 우주기업의 리더들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이들이 만든 헌법이 진정한 의미의 ‘사회계약’이 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선택된 인원만이 구성된 폐쇄적 공간에서, 민주적 절차 없이 만들어진 규율은 결국 특정 계층에게만 유리한 독재 구조로 흐를 위험이 있다. 심지어 ‘기술독재’ 혹은 ‘기업국가’ 형태의 새로운 정치체가 등장할 수도 있다. 헌법은 구성원 모두의 권리와 자유, 그리고 책임을 반영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최초 거주민이 아닌 이후 이주민들까지 고려한 포괄적 참여와 합의가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화성 헌법은 미래 인류의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AI의 중립적 입헌 가능성

흥미롭게도 일부 미래학자들은 인공지능이 화성 헌법을 설계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정치적 이해관계에서 자유롭고, 다수의 헌법 사례를 바탕으로 가장 공정하고 중립적인 법 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는 논리다. 예컨대 AI는 세계 여러 나라의 헌법을 분석해 공통의 가치를 추출하고, 화성이라는 특수 환경에 맞춰 실용성과 윤리성을 동시에 갖춘 규범을 제안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도 윤리적 딜레마는 존재한다. 과연 인간의 삶을 규율하는 법을 인간이 아닌 존재가 만들어도 되는가? AI는 인간 사회의 고통, 감정, 역사적 맥락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더욱이 AI를 훈련시키는 알고리즘과 데이터 자체가 특정 문화나 정치 체제를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중립적’이라는 개념은 허구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AI가 헌법 설계에 참여하더라도 최종 결정은 반드시 인간의 손에 있어야 하며, 그 절차 역시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