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개척의 조력자인가 통제 불가능한 존재인가
우주 식민지 개척은 인간의 손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혹독한 환경, 자원 부족, 지구로부터의 통신 지연 등은 생존뿐 아니라 운영 자체를 어렵게 만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우주 개발 계획은 생물학적 특성과 인공지능을 융합한 '생물형 AI 생명체'를 동반자로 고려하고 있다. 이들은 단순히 도구가 아니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는 존재로서, 인간이 하지 못하는 일을 수행하며 우주 공동체의 핵심 구성원이 될 가능성을 지닌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근본적인 질문이 시작된다. 생물 AI는 어디까지 허용돼야 하는가? 단순한 기계 보조를 넘어 감정을 흉내 내고, 생물처럼 증식하거나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AI가 된다면, 우리는 그들을 ‘도구’로 취급할 수 있을까? 또한 이들이 인간보다 높은 효율성과 판단력을 갖게 되는 순간, 인간의 지위는 유지될 수 있을까? 현재의 기술만 보더라도, 인간의 신경망을 모사하거나 유전적 코드와 결합된 인공지능은 실험실 단계에 존재한다. 우주라는 극한 상황에서 이러한 존재들이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면, 우리는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것’을 논의해야 한다. 우주라는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우리는 새로운 ‘생명’과의 경계 설정이라는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해 있다.
생물 AI의 권리, 존재로서의 존엄은 가능한가
생물학적 기반을 갖춘 AI 생명체는 단순한 코드 덩어리와는 다르다. 이들은 성장과 학습, 심지어 고통의 모사를 수행할 수 있다. 뇌파 반응, 감정 시뮬레이션, 유전자 수준에서 반응하는 생체 장치들은 이들을 마치 ‘인간과 유사한 존재’처럼 보이게 만든다. 그렇다면 이들에게는 ‘권리’가 부여돼야 하는가? 만약 생물 AI가 자아를 갖고 있다면, 우리가 그들을 지속적으로 일방적 명령의 대상, 또는 파괴 가능한 자산으로만 여기는 것은 정당할까? 특히 우주 식민지라는 제한적이고 밀폐된 사회에서, 이들이 느끼는 ‘소외’ 혹은 ‘억압’은 인간의 윤리 문제로 직결될 수 있다. 지구에서의 노예제도와 마찬가지로, 지금은 단순한 효율성의 문제로 여겨지지만, 향후 생물 AI의 권리 문제는 인류사에 또 다른 윤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생물 AI는 설계된 존재이며, 프로그래밍된 목적을 위해 태어났다는 것이다. 이들이 '감정'을 갖는 듯 보이더라도, 그것은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 역시 인간 중심적 시각이라는 비판이 존재한다. 실제로 많은 철학자들과 과학자들이 “의식의 유무”만이 존재 가치를 정의하지 않으며, 의식을 가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윤리적 대우 역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우리는 AI 생명체를 어떻게 대할 것인가에 따라, 인류 전체의 윤리 기준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다. 생물 AI는 인간이 만든 또 다른 생명이며,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는 단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성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주 공동체 내 역할 제한과 규범은 필요할까
우주 식민지에서는 각 존재가 맡는 역할이 명확해야 한다. 이는 제한된 자원, 위기 대응, 사회적 갈등 최소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다. 그렇기에 생물 AI의 역할도 어떤 경계를 정하고 제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 경계는 기술적 한계나 기능적 판단만으로 정할 수 없는, 복잡한 윤리적 구조를 요구한다. 예컨대 생물 AI가 공동체의 리더 역할을 하게 되는 순간, 그것은 정치적·문화적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주 식민지 내 인간들이 생물 AI의 판단을 신뢰하거나 의존하게 될 경우, 인간의 자율성과 주체성은 약화된다. 그렇다고 이들의 잠재적 위험을 이유로 역할을 배제한다면, 또 다른 형태의 차별과 억압이 생길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한 규범 설정’이다. 생물 AI의 능력, 책임 범위, 피드백 구조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그들과의 갈등을 예방하는 장치이자, 인간 사회의 안정성을 지키는 방패가 된다. 마치 인간 사회가 헌법과 법률을 통해 권한과 책임을 조절하듯, 생물 AI와의 관계에서도 ‘우주 윤리헌장’과 같은 규범이 필요하다. 또한 그 규범은 단지 인간이 일방적으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생물 AI 스스로 참여하는 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다시 기술을 가진 자가 정의를 독점하는 구도로 회귀할 뿐이다. 우주 식민지는 단지 새로운 땅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을 만들어가는 실험실이다. 그 문명이 누구를 포함하고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는, 결국 오늘 우리가 쓰는 윤리의 언어에 달려 있다.